
50대 초반. 연구자로서 경험과 기술력이 정점에 달해가는 시기지만, 동시에 정년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정년이 15년이나 남았어도, '정년 이후의 연구'를 떠올리면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하기가 망설여집니다. 긴 호흡의 연구는 정년이라는 시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을 정면으로 푼 대학이 있습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를 도입한 포스텍(POSTECH)입니다. 만 50세 무렵, 우수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70세까지 미리 확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제도 시행 1년여를 맞은 지금, 첫 수혜자들의 연구 현장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항목 | 내용 |
| 제도 이름 |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 (포스텍, 국내 대학 최초) |
| 대상 | 만 50~55세 무렵 정년보장 우수 교원 |
| 내용 | 정년 65세를 70세로 미리 확정, 70세까지 전임교원 동일 처우 유지 |
| 첫 수혜자 | 4명 (물리·신소재·컴퓨터·환경공학 교수) |
| 핵심 효과 | 단기 상용화 연구에서 고난도 원천기술로 연구 방향 전환 |
포스텍의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는 단순히 '정년을 5년 늘려주는' 복지가 아닙니다. 연구 역량이 정점으로 향하는 시기에 장기간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보장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65세가 되어서야 연장을 심사받는 구조가 아니라, 50대 초반에 미리 확정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제도에 따라 정년이 70세로 연장된 교원은 POSTECH 정년연장 석학교수로 불리며, 만 70세까지 전임교원으로서 동일한 처우를 유지합니다. 다만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해외 전문가 5인 이상의 평가서를 참조한 심사와 교원인사위원회·이사회 승인을 거치며, 연장 인원은 정년보장 교원 수의 30%를 넘을 수 없습니다. 만 56~59세 시점에도 기회는 열려 있지만, 50~55세보다 강화된 추천 요건이 적용됩니다.
첫 수혜자는 지난해 여름 발표된 4명입니다. 물리학과 이현우 교수, 신소재공학과 정운룡 교수, 컴퓨터공학과 한욱신 교수,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로, 모두 세계 최상위 학술지에 다수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학회 기조연설자로 초청받는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인정받은 이들입니다.

왜 하필 50대일까요. 이 질문에 정운룡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연구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조·부교수 시절의 5년과, 20~30년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이 정점에 달한 시기의 5년은 연구 성과의 질적 가치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제도 시행 1년여가 지나며 본인이 꼽은 가장 큰 변화는 다름 아닌 '연구의 시간'입니다. 50대 초반에 연구의 연속성이 보장되자, 연구의 호흡을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정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정년 걱정이 사라지자 연구자는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정 교수가 주목한 또 다른 근거는 해외 사례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구 역량이 무르익은 50대를 지나 60~70대까지 학문적 일가를 이루며 학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막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석학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황금기를 보장받은 석학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패턴이라는 주장입니다.

보장된 5년은 실제 연구 방향을 바꿨습니다. 정 교수는 고밀도 신경전극과 스트레처블(변형) 디스플레이 같은 고난도 원천기술 분야로 연구 역량을 본격 결집하고 있습니다. 인체의 신경 신호를 장기간 정밀하게 측정하고 자극을 인가할 수 있는 신경전극, 형태의 한계를 뛰어넘는 변형 디스플레이가 대표 분야입니다. 혁신적인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넘어 제품화와 상용화까지 완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은 긴 호흡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고백이 이 변화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단기 상용화 연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적인 원천기술로 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 교수는 유연성과 신축성을 지닌 차세대 전자 소재 개발의 선구자로 꼽힙니다. 신축성 전자소자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자피부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의 상용화에도 주력해 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로봇용 전자피부 기술의 상용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이 출시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독자 기술을 조기에 실용화해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야말로 공학자에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정 교수의 말처럼, 보장된 연구 시간은 실험실 창업 같은 도전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천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 기반 실험실 창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 교수의 기대는 명확합니다. "정년연장 제도 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널리 확산돼 대한민국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한 대학의 파격적인 시도가 한국 과학기술계의 화두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란 무엇인가요?
포스텍이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제도로, 만 50~55세 무렵 우수 교원의 정년을 기존 65세에서 70세까지 미리 확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연장 교원은 70세까지 전임교원과 동일한 처우를 유지하며, 정년보장 교원 수의 30% 이내에서만 선발됩니다.
Q2. 왜 50대에 정년을 미리 확정해주나요?
연구 역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 장기 연구를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년이 확정되면 연구자는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대형·장기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어, 고난도 원천기술 도전이 가능해집니다.
Q3. 실제 연구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첫 수혜자인 정운룡 교수는 보장된 5년 덕분에 고밀도 신경전극,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같은 고난도 원천기술로 연구를 전환했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자피부 상용화와 실험실 창업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Q4. 일반 직장인의 정년연장과는 다른 제도인가요?
네, 다릅니다. 일반 법정 정년(만 60세)을 올리자는 사회적 논의와는 별개로, 이 제도는 특정 대학의 우수 교원을 대상으로 한 조기 확정형 연구 지원 제도입니다. 다만 '정년 이후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는 문제의식은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 어떻게 돌아가는가
50~55세, 우수 교원 선정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낸 정년보장 교원이 대상. 해외 전문가 5인 이상의 평가서와 교원인사위원회·이사회 승인을 거친다.
정년 65세 → 70세 미리 확정
65세가 되어서야 심사받는 방식이 아니라 50대 초반에 미리 확정. 연장 인원은 정년보장 교원 수의 30% 이내.
70세까지 전임교원 처우 유지
연장 교원은 'POSTECH 정년연장 석학교수'로 불리며, 70세까지 전임교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다.
왜 50대인가… "연구 역량의 황금기"
💡 정운룡 교수의 한마디
"조·부교수 시절 5년의 연구와, 20~30년 경험이 정점에 달한 시기의 5년은 성과의 질적 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50대 초반에 연구 연속성을 보장받는 것은 역량을 온전히 쏟아부을 기회를 여는 일이다."
보장된 5년이 연 원천기술 도전
📌 핵심 요약
• 단기 상용화 연구 → 고밀도 신경전극·변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로 전환
•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자피부 상용화 가속 + 실험실 창업 도전
• 60~70대까지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석학처럼, 황금기 보장이 혁신의 조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