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6. 11. 1. 11:39

간호학과 학생 30명에게 물었다…태움 당하면 '버티기' 아니면 '이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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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되기 무서워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앞에 걸린 추모 리본에 적힌 문구입니다. 곧 간호사가 될 간호학과 학생이 쓴 말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꿈꾸며 간호학과에 들어간 학생들이, 정작 간호사가 된 뒤의 삶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두려움의 이름은 태움입니다. 오늘은 간호학과 학생 30명에게 직접 물은 답변, 그리고 태움이 다시 화제가 된 이유와 당했을 때 실제로 할 수 있는 대처법까지 정리합니다.

📌 핵심 요약

구분내용
태움이란병원에서 간호사들 사이의 서열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직장 내 괴롭힘
학생 30명 답변전원이 태움을 걱정했고, 대처법으로 떠올린 건 ‘혼자 버티기’ 아니면 ‘이직’뿐
계기은평성모병원 간호사 사망 의혹(10월 1일), 6월 참조은병원 간호사 사망 의혹
현장 이탈 수치간호사 면허 보유자 중 의료기관 근무 54.8%, 비활동 26.1%(2023년 기준)
대처법기록 남기기 → 사내 신고 → 고용노동부 진정·1350 상담 순서로 대응 가능

1. 태움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태움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직급이나 서열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컫는 말입니다. 흔히 신규 간호사가 겪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습생부터 경력 간호사까지 폭넓게 나타납니다. 폭언, 무시, 따돌림, 과도한 업무 떠넘기기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피해자는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조차 어려워지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즉 태움은 단순한 ‘군기’나 ‘적응 과정’이 아니라, 법이 금지하는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 왜 지금 다시 화제가 됐나

계기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입니다. 고인은 10월 1일 세상을 떠났고, 생전 수간호사와 일부 동료 간호사들로부터 지속적인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이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0월 15일 성명을 내고 병원 측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유가족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노조와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정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고, 병원 측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경기 광주 참조은병원에서도 고 강수빈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셈입니다.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태움 문제와 관련해 “조직문화 개선과 괴롭힘이 생겼을 때 노동부와 협력해 절차를 정교하게 만드는 방안을 여러 번 회의했다”며 “방안이 정리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월 24일에는 간호학과 학생들이 은평성모병원 앞 펜스에 추모 리본을 걸었습니다. 간호학과 학생과 간호사, 태움 근절을 바라는 사람들이 쓴 60여 개의 메시지가 모였습니다. 학생들은 이 추모 행동을 한 순간으로 남기지 않고, 간호 현장이 두려움이 아닌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3. 학생 30명에게 물었다…놀라운 답변

오마이뉴스 기사의 필자는 동아리에서 만난 간호학과 1~4학년 학생 30여 명에게 전화를 돌려 물었습니다. “취업했을 때 태움에 대해서 걱정해 본 적이 있어?” 돌아온 대답은 모두 같았습니다.

“간호학과에 원서 넣을 때부터 걱정했어.” “간호학과라면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할 거야.” “당연히 태움에 대해 걱정한 적 있어.”

학생들은 하나같이 태움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태움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태움은 각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습 현장에서 태움으로 힘들어하는 신규 간호사를 직접 본 경험도 있었고, 자신도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혼자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이 떠올린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혼자 버티기, 아니면 이직입니다. 버티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으면 결국 병원을 옮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보다 견디거나 떠나는 일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씁쓸한 대목도 있습니다. 병원을 떠난 뒤에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그만두더라도 병원은 새로운 간호사를 채용하면 그만이라, 자신이 겪은 태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한 학생은 또 다른 걱정을 털어놓았습니다. 태움이 있는 병원에서 오래 버티다 보면 언젠가 자신도 후배 간호사에게 태움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조직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문화를 답습하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습니다.

4. 숫자로 보는 간호사 이탈

학생들의 두려움은 통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9월 발표한 제2차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간호사 면허 보유자는 46만 180명입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5만 1,999명으로 전체 면허 보유자의 약 54.8%에 그쳤습니다. 비활동 간호사는 12만 115명으로 26.1%를 차지했습니다. 면허를 따고도 실제 간호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표 (2023년 기준)수치
간호사 면허 보유자46만 180명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25만 1,999명 (54.8%)
비활동 간호사12만 115명 (26.1%)
간호대학 입학정원2016년 1만 9,183명 → 2025년 2만 4,883명

정부는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10년간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2016년 1만 9,183명이었던 정원은 2025년 2만 4,883명으로 5,700명 늘었습니다. 하지만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때문에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데, 사람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 태움을 당했을 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

학생들의 답변처럼 ‘버티기’와 ‘이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과 제도가 정해 둔 대응 경로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① 그날그날 기록을 남기세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말과 행동을 했는지 메모로 남기고, 메시지와 메일 같은 자료는 지우지 말고 보관하세요. 목격한 동료가 있다면 누구인지 적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② 사내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괴롭힘을 알게 된 사람은 누구나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꼭 피해자가 아니어도 동료나 노동조합, 제3자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하고, 조사 기간에는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같은 보호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③ 회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진정할 수 있습니다.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내거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에 상담할 수 있습니다. 1350 상담은 무료이며 익명 상담도 가능합니다. 가해자가 사업주 본인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합니다.

④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에 알리세요.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노동조합, 학교 상담실, 선배 간호사 네트워크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학생이라면 실습 지도교수나 학과를 통해 실습 병원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맺음말

남을 돕고 싶어서, 생명을 살리고 싶어서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간호사가 된 이후의 삶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수호하고 싶어 간호사를 선택했지만, 정작 자신의 생명과 안전조차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 30명의 답변이 보여준 것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버티거나 떠나는 것 말고도 기록하고, 신고하고, 외부에 알리는 길이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병원 앞에 리본을 단 것처럼, 문제를 말하고 바꾸려는 움직임 자체가 현장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간호 현장이 두려움이 아닌,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Q&A

Q. 태움은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나요?

A. 행태에 따라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합니다. 폭언·무시·따돌림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아니어도 신고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목격한 동료, 노동조합, 제3자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Q. 사내 신고를 하면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하고, 조사 기간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같은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를 해야 합니다.

Q. 회사가 대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내거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에 상담할 수 있습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것도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Q. 간호학과 학생도 태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나요?

A. 실습 중 겪는 부당한 대우는 실습 지도교수나 학과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고, 간호학생 네트워크 같은 학생 모임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습니다.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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